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기념해 열린 음악회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황은 고통받는 이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며 평화와 공감을 외쳤지만, 이와 같은 호화로운 음악회는 그의 메시지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전쟁과 폭력, 가난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보다는 교회의 이미지를 사치스럽고 형식적인 것으로 비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난한 교회의 가난한 교황’을 표방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조차, 그의 재임 기간 동안 포착된 일부 사치스러운 행보로 인해 비판받고 있다. 교황청의 행사와 의전에 사용된 고가의 장식품과 호화로운 복장은 교회의 가르침과 교황의 연대 메시지와 모순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러한 사치스러운 요소들은 전 세계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현실과 괴리를 보이며, 겸손과 연대라는 교황의 가치관에 어긋나는 모습을 드러낸다.
바티칸의 연간 예산은 약 8억 유로(약 1조 1천억 원)로, 이 중 상당 부분이 유지비와 행사, 의전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예산은 굶주리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데 쓰일 수 있는 거액이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하루 50센트(한화 약 670원)로 한 사람의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 바티칸 예산만으로도 매일 1,6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세 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음악회 대신 난민과 전쟁 피해자들에게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바티칸 내부에서 반복되는 재정 비리도 교회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2021년 베추 추기경의 재정 스캔들은 바티칸 고위 관리들이 자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횡령한 사건으로, 교회의 재정 투명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는 겸손과 연대를 강조하는 교황의 메시지와 충돌하며, 교회의 재정이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문제들은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구체적 지원 대신 사치와 행사에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실망감을 키운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10주년 기념 음악회는 다음과 같은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 일시: 2024년 10월 19일 18시 30분
- 장소: 솔뫼성지 아레나 광장
- 출연진: 플라워(고유진), 해봄가야금연주단, 대전교구 쳄버 오케스트라, 세종 크레센스 합창단, 대전교구 소녀소년합창단, 당진지구 가톨릭 연합성가대
음악회는 교황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으나, 그 의도가 무엇이든지 간에 실질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는 별다른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여전히 전쟁 속 난민과 폭력의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름다운 음악이 아니라, 절망적인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과 연대다.
교회의 역할은 단순한 상징적 행사로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을 통해 고통받는 이들을 돕는 데 있다. 음악회가 주는 위로는 잠시일 뿐이며, 그마저도 폭력과 불의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교황의 연대 메시지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상징적 행사가 아닌 실질적 행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음악회에 투입된 예산을 난민 지원이나 전쟁 복구에 사용했다면 더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전쟁과 폭력의 현실을 비판하며 고통받는 이들과의 연대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말뿐인 선언으로는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번 음악회는 교황의 의도와는 달리, 교회의 연대 메시지를 더욱 공허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동적인 연설이나 성대한 음악회가 아니라, 고통받는 이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이다.
교황이 진정으로 평화와 연대를 원한다면, 메시지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지원과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음악회와 같은 행사가 아닌,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교회의 진정성을 증명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