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8일,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어 ‘레오 14세’라는 이름으로 등극하였다. 이는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전환점으로 간주되며, 언론 매체들은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레임을 통해 새 교황의 이미지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본고는 바티칸 뉴스, Catholic News Agency(CNA), National Catholic Reporter(NCR) 등 주요 가톨릭 매체들의 보도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레오 14세 교황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서사 전략들을 검토하고, 그것이 교회 현실과 어떤 간극을 지니는지를 비판적으로 탐색하고자 한다.
1. '역사적 인물'로서의 교황: 국적성과 수도자 정체성의 교차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레오 14세가 ‘가톨릭 사상 첫 미국인 교황’이라는 상징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단지 국적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권위의 지리적 중심이 비유럽권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체성은 복합적이다. 페루에서의 사목 경험, 아우구스티노회 소속 수도자로서의 배경은 그를 초국가적 인물로 재정의한다. NCR의 보도는 이를 보다 근본적인 종교적 정체성, 즉 수도자적 영성과 선교적 삶에 중점을 둔 서사로 전환하고자 하였다. 이는 보편 교회로서의 정체성과 교황직의 영적 권위를 부각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2. 인간적 면모의 전략적 서사화: 교황의 ‘일상성’과 그 상징성
레오 14세의 인간적 일상—헬스장 이용, 스포츠 취미, 트레이너와의 친밀한 일화 등—은 언론이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주요 서사다. 이와 같은 보도는 교황이라는 고위 성직자를 친숙한 인물로 탈권위화하는 전략이자, 대중적 공감 형성을 위한 일종의 ‘성인 마케팅’이다. 예컨대 헬스장에서의 익명적 활동은 ‘겸손’과 ‘소탈함’이라는 덕목을 시각화하고, 그의 운동 습관이나 스포츠 애호는 교황을 비범한 신자이기 이전에 평범한 인간으로 재현한다. 이는 종교적 권위의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서, 근대 이후 강화되어 온 개인주의적 신앙 감정과 조응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3. 개혁적 계승자라는 프레임: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연속성 강조
여러 가톨릭 언론은 레오 14세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충실히 계승하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자 하였다. 그의 연설, 상징적 인사말, 공의회 정신에 대한 언급 등은 전임자의 사회교리적 흐름과 신학적 맥락을 지속하는 존재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동시에 그는 시노달리티와 공동합의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인물로서,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제시하는 수도자형 교황으로 조명된다. 이는 수직적 권위 구조의 탈중심화를 추구하는 교회 내 흐름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동시에, 레오 13세의 이름을 따온 명명 행위 자체로 전통과 개혁의 균형을 연출하고자 하는 자기서사적 장치로 읽을 수 있다.
4. 언론 프레임과 수사적 반복: 이미지 구축의 기제
본 연구에서 검토한 언론 기사들은 몇 가지 반복되는 수사적 장치를 통해 교황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첫 ○○ 교황', '겸손하고 친근한 인물', '소통하는 목자' 등의 구절은 특정 프레임을 반복 학습시키는 심리적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헬스장', '피자', '야구장 좌석'과 같은 대중문화적 어휘의 활용은 교황을 일상의 인물로 다가가게 만드는 서사 전략의 일환이다. 이러한 수사 구조는 종교 권위를 ‘대중적 서사’로 재포장하는 동시에, 소비 가능한 인물로서 교황을 구성하는 현대 종교 미디어의 특징을 보여준다.
5. 구조적 과제와 미디어 서사의 괴리: 종교적 이상과 현실 사이
한편, 이러한 이미지 서사는 가톨릭 교회가 직면한 실질적 과제들과 현저한 괴리를 보인다. 성직자 성범죄, 교회 재정 투명성, 쿠리아 개혁의 지속성, 성 역할의 재정립 등은 여전히 미해결된 중대한 구조적 문제들이다. 하지만 이들 문제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주제라는 이유로 언론 보도에서는 종종 주변화되거나 단순화된다. 이는 종교 지도자에 대한 초기 호감 형성과 제도적 현실 간의 간극을 확대시킬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중의 기대와 실망 사이의 충돌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
6. 일상성의 전략과 종교 소비: 미디어 시대의 교황 브랜딩
레오 14세에 대한 일상 중심의 서사는 교황을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도, 동시에 대중 소비를 위한 상징적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지닌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 시기부터 이어져 온 ‘교황 마케팅’ 전략의 연속이며, 종교적 권위의 세속화된 형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종교 공동체 내부의 갈등, 신학적 논쟁, 제도 개혁의 지연 등 복잡한 현실을 은폐하는 데 기여할 위험도 크다. 교황이 ‘운동하는 사람’으로 묘사되는 동안, 교회는 여전히 '내면의 운동성'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종교 권위의 구성과 비판적 수용의 필요성
레오 14세 교황은 다층적 정체성과 다양한 상징을 지닌 인물로서, 현대 가톨릭 세계의 변화를 상징한다. 그러나 언론이 구성하는 이상적 이미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종교사회학적으로 깊은 함의를 지닌다. 언론은 교황을 ‘대중이 소비할 수 있는 상’으로 전유하고 있으며, 이는 종교의 공적 담론화에서 진정성보다 감정적 호소가 우위에 서는 구조를 반영한다. 따라서 종교학적 분석은 단순한 이미지 수용을 넘어서, 그 안에 내재한 정치성, 상업성, 제도권 의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결국 교황의 실체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학문은 인물보다 시스템을, 감성보다 구조를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독자 역시, 언론 프레임 이면의 복잡한 실체를 과학적이고 사실 기반의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오늘날 종교가 진정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지도 모른다.
참고출처 - 주요 가톨릭 매체 및 언론 보도 인용 (Vatican News, Catholic News Agency, National Catholic Reporter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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