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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또 한 명의 신성한 가면: 거룩함 뒤에 감춰진 위선의 실체

교황 레오 14세가 5월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첫 모습을 드러냈다.  출처:Tiziana Fabi/AFP/Getty Images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본명 로버트 프리보스트)는 ‘다리를 놓는 자’라는 상징어를 달고 세상에 등장했다. 하지만 과연 그가 놓는 다리는 정의와 개혁으로 가는 다리인가, 아니면 오래된 기득권과 종교 권위의 도피처인가? 20년간 페루 빈민가에서의 봉사 이력은 홍보에 잘 활용되지만, 정작 그가 조직 내에서 감당했던 역할과 침묵은 인간 존엄성과 윤리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자아낸다. 이 글은 ‘신성’이라는 허울을 걷어내고, 그 실체를 냉정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성범죄 은폐자, 혹은 조직 충성의 대가

레오 14세는 수년간 교회의 성범죄 사건에 대한 미온적 태도로 지탄받아 왔다.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드러났음에도 관련 성직자들은 오랫동안 보호받았고, 조직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쯤 되면 “거룩한 교회”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증명하는 현실이다. 수많은 피해자의 고통은 뒷전이고, 교회의 권위와 체면이 우선인 이 구조에서 도대체 신이 있다면 왜 침묵하고 있는가?


재정의 블랙박스, '거룩한 자산'의 실체

바티칸은 돈과 권력이 만나는 종교 산업의 본거지다. 신앙을 팔아 자산을 축적하면서도, 그 흐름은 은폐되고 감시는 거부된다. 레오 14세가 재직한 시기에도 회계 감시를 회피하고, 외부 감사의 도입에는 냉담했다. 한 손엔 십자가, 다른 한 손엔 부동산 계약서—그것이 현대 교황의 얼굴이 아닐까? 종교가 신을 말하면서도 돈을 좇는 구조에서, ‘도덕적 우월성’이란 표현은 과연 무슨 의미인가?


평등이 없는 신앙 공동체: 배제된 평신도와 여성

교회는 사랑과 평등을 말하지만, 그 내부는 위계와 배제로 가득하다. 평신도, 특히 여성은 여전히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으며, 레오 14세는 이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과연 그 전통이란 무엇인가? 권력을 독점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수단일 뿐 아닌가? 남성 중심의 교회 권력이 유지되는 한, 그 어떤 선언도 진정성 없는 ‘연극’에 불과하다.


정의의 수사, 실천 없는 선언

레오 14세는 사회 정의를 외치며 ‘가난한 자와 함께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말은 쉽다. 기후 위기, 빈곤, 난민 문제 앞에서 교황청은 구체적인 개입보다 선언에 머무르고 있으며, 화석연료에 투자하면서도 ‘생태적 회개’를 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신은 정의롭다지만, 그 신의 대변자들이 현실에서 하는 행동은 지극히 세속적이다. 이런 교회에 도덕적 권위를 부여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신성이라는 허상, 구조적 기만의 연속

레오 14세는 ‘다리를 놓는 자’라지만, 그 다리는 결국 권위, 은폐, 침묵의 체제로 이어진다. 종교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동원하는 상징과 언어는 더 이상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한다. 기득권 구조를 비판 없이 수용하고, 문제를 은폐하며, 내부 고발자보다 가해자를 보호하는 체제 속에서 '신성'이란 단어는 조롱으로 들릴 뿐이다.


결론: 우리는 왜 이 구조를 믿어야 하는가

레오 14세에 대한 문제 제기는 단지 개인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종교 권위라는 구조 자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진실을 말하는 척하지만 행동하지 않고, 정의를 외치면서도 권력을 움켜쥐는 체계 속에서, 과연 신앙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이 시스템을 믿어야 하는가?

 

참고자료

  • BBC News 코리아. 「새 교황의 즉위명 '레오 14'에 담긴 뜻은? (2025 5 10) 다음
  • BBC News 코리아. 「새 교황 '레오 14'는 누구인가? (2025 5 9) BBC
  • The Guardian. “Clergy molestation survivors concerned and insulted by election of Pope Leo XIV” (2025 5 9) 가디언
  • The Guardian. “Where does Pope Leo XIV stand on key issues like sexual abuse, climate and poverty?” (2025 5 10) 가디언
  • Reuters. “What’s in the new pope’s in‑tray: financial woes, doctrinal rows” (2025 5 8) Reuters
  • CBS News. “Here's what Pope Leo XIV has posted about politics — and the Trump administration — on social media” (2025 5) CBS 뉴스
  • Left Voice. “Leo XIV: A Pope to Ease the Decline of the Neoliberal Order” (2025 5 9) Left Voice